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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주관/내가읽은책

과식의 심리학 - 키마 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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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서핑하다가 이 책에 나온 글귀에 대한 소개글을 보고 끌려서 전자도서관 뒤져서 예약했다.
교보에 가보니 전시돼있는걸 보아 한국에 출간된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나보다.
하긴 읽어봐도 책 자체가 오래됐다는 느낌은 전혀 안드니까.

단지 '과식'에 대한 내용은 아니고,
현대 사회의 소비과잉 문화에 대해 전반적으로 다룬 후 그 중 음식 소비과잉인 과식에 대해 보다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다보니 나는 과식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소비과잉에 젖어있는 소비자1로써 나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가며 읽다보니 상당히 흥미로웠고 공감도 간다.
저자가 미국인이다 보니 미국의 현주소를 바탕으로 썼지만
상당히 미국화되어 있고 또 여전히 미국을 좇아가는 국가의 시민으로써 걍 우리나라 얘기라고 생각해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심리학에 관심있는 사람 치고 DSM이라는 것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거다.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한국어로는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이라는 어려운 말로 번역되는데,
한마디로 미국 심리학협회(APA)에서 정신장애의 종류와 증상, 치료법 등에 대해 정의내린 책이다.
내가 학교다닐 땐 4판까지 출판돼있었고, 2013년 5판이 출간됐다.
DSM도 어쨌든 사람들이 만드는 거니까 사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초창기에는 동성애가 정신장애로 규정되는 등 문제가 있기도 했다.
그치만 현대 이상심리학계의 바이블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것이다.
기존 DSM 4판에서는 구토가 동반된 섭식장애 2종(거식증, 폭식증)에 대해서만 정의내렸던 것에 5판에서는 구토 없는 폭식증에 대해서도 추가되었다고 한다.
이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정신'질환'을 만든 것이며,
새롭게 정의된 환자가 발생한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를 것 같진 않지만) 미국의 경우 정신질환 판정을 내릴 때 이 DSM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새롭게 폭식증 진단을 받는 사람이 증가하게 된다는 뜻이 된다.
의사들도 (이상과는 달리)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보니 수익 창출을 위해 과잉진단을 하기도 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약물 및 건강보조식품 시장이 열리는 계기가 된다.
나에겐 이게 굉장히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DSM이 새로운 진단 추가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것도 이해가 가고.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현대인들이 소비과잉 시대에 살고 있다보니,
많이 먹는 것에 대한 대처로 적게 먹는 것이 아닌,
새로운 소비(다이어트를 위한 건강보조식품류, 헬스클럽 회원권, 운동복 및 운동기구 등)로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건 다이어트가 평생 과제라는 얘기와도 연결되고,
또 새해 결심 앙케이트 결과 TOP3 안에 늘 다이어트가 포함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외에도 내얘기 저격인 게 엄청 많다.
과식한 다음날 회개(?)하며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 걸 먹어준다든지,
운동 안한 날보다 한 날 더 간식을 많이 먹는다든지(이만큼 땀흘렸으니 이정도는 괜찮아- 류의 ㅋㅋ) 하는 것들.


저자는 이러한 과식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는 사회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사실은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고,
중독성 강한 당에 대한 경고 및 표기를 교묘하게 바꿔가며 규제를 피하고 있으며,
미국 FDA가 제대로된 규제를 가하지 못하도록 열심히 로비를 하고 있는 식품회사들과
이들을 방관하고 있는 정부기관, 의회가 그러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비만 자체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유기농'이라는 표현에 대해 제한조건을 걸어두니 그 단어 대신 비슷한 다른 의미의 단어들을 사용한다.
저자의 말대로 사전의 모든 단어에 대해 규제할 수 없으니 결국 규제가 늘어나도 그를 대체할 새로운 단어를 또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소비자를 계속 현혹시켜 나갈 것이다.
실제로는 크게 다를 바 없는 설탕덩어리 음료임에도 대단히 다른 기능이 있는 척, 건강에 좋은 척 하면서.

"우리의 분명한 목표는 가난한 사람들을 날씬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덜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저자가 인용한 뉴욕타임스의 칼럼에서는, 사람을 가난하게/뚱뚱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제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한다고 한다.
저자는 한발 더 나아가서 음식 외에도 모든 것을 '덜'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나의 소비생활 전반에 대해 두들겨 맞은 느낌이다.
이 책을 읽고 여러모로의 팩트폭행을 당한 후로 나도 모르게 뭐 하나 먹는것, 사는 것마다 움찔거리게 된다.
마음이 굉장히 무거운 건, 그만큼 나도 소비과잉의 생활을 해오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갖고싶은 것을 샀을 때의 감정은 늘 기대이하다.
막상 가지고나면 기대에 비해 그냥 그저그런 느낌이 든다.
없으면 생존을 위협할 만큼 간절한 게 아니어서 더 그렇겠지.

내 소비생활 전반에 대해 검토가 필요한 것 같다.
여러번 더 곱씹어 읽어보고픈 책이다.
(사버릴까? 이런건 합리적 소비 아닐까?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