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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주관/내가읽은책

나는 왜 작은 일에만 분개하는가 - 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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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끌려서 도서관에서 빌려본 책이다.
언어영역 문학 지문에서 읽은 게 마지막인 건 같으니, 수필은 거의 10여년만에 읽어본 셈이다.
한국 문학계의 거장(?) 중 한 분으로만 알고 있었던 터라 구체적으로 이분이 어떤 분인지 잘 몰랐는데,
이 책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싶고.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여성치곤 정말 드물게 고등교육을 받으신 분이라설까,
아니 꼭 그렇다 해도 여성이라고 해서 전부 깨인 스타일은 아닐것이다.
음.... 뭐랄까. 최근에 본 어떤 글보다도 마음 한구석을 울렸다.
심지어 (얼마전 30주기였다던) 고 박종철군 사망사건이나 노태우 전대통령 당선 등의 얘기가 나오는걸 보면 87~88년 경부터 쓰여진 글이라는 뜻인데, 이런 걸 다 감안하고 보면 이분이 얼마나 생각이 트여있고 앞서나가신 건지 느낄 수 있다.
정치, 민주주의, 여성관 등에 대한 생각에 감탄하기도 하고,
30년 전과 크게 달라진 바 없는 현실이 답답하기도 하다.

삶, 생활에 대한 단상은 공감도 가고,
근처 어딘가에 계실 것만 같은 너무나 흔한 동네 할머니1 느낌이라 친근감도 느껴진다.
한편으론 내가 어릴 때 없어진 토큰/회수권 등의 얘기는 그나마 나는 알아듣지만 이제 조금만 더 지나면 주석을 달아야만 하는 시대가 되겠구나 싶다.
택시기사와 일제 강점기에 대해 잠깐 얘기 나눴다는 에피소드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일제시대가 몇백년 전 일인 줄 아슈?"
3.1운동 100주년이 머지 않은 이 시점에서,
이 100년동안 얼마나 많은, 또 빠른 변화가 있었나 싶었더랬다.
앞으로의 100년은 더 빠르게 변해갈 것이니,
점차 내가 끄적이는 이런 글도 나중엔 시대에 한창 뒤떨어진 케케묵은 글이 되어가겠지.
기록을 남기는 건 시대의 흐름에 대한 흔적이고 예의라고 스스로 의미부여 해본다.


내가 너무나 쓰고 싶어해온(?) 스타일의 글이라 동경의 마음도 들고,
쉽게 술술 잘 읽히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글에 존경심도 든다.
박완서님의 다른 산문집도 읽어보고 싶고,
또 다른 작가분들의 산문집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좋은 글을 읽게 되어 덩달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