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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주관/내가읽은책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 히노 에이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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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5월에 출간됐던데, 특히나 책의 삽화로 유명한 책.
제목이 너무 자극적어서 좀 꺼려졌지만 내용이 궁금해서 함 빌려봤다.

한줄 요약하자면 자극적인 제목 + 삽화로 저평가할 뻔했던 책.
솔직히 삽화가 좀 장난스러워서 내용도 별로일거라 생각했는데
(정확히는 사실 삽화집인줄 알았음;;;;)
예상 이상으로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최근 2~3년동안 내가 생각해오고 있던 것과도 비슷하다.

일본 저자이긴 하지만 직장 문화가 비슷해서인지,
혹은 우리나라의 이 악덕(?) 문화가 일제강점기 악습의 잔재인건지 그 뿌리는 잘 모르겠지만서도,
저자가 설명하는 일본의 회사 문화, 채용 문화, 초등학교때부터의 직업 교육이 놀라울만치 흡사하다.
이름이나 약간의 용어만 수정하면 한국 사회의 불합리를 성토하는 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크게 인기를 끈 것이었겠지)

업무에 대한 합리적인 고용 조건과 임금, 수당, 휴가 대신
'보람'만을 강조, 혹은 강요하는 회사에 대해 별 생각없이 젖어 있는 근로자들에게 파문을 던진다.
이상한게 당연한 것이니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으라고 성토한다.

친구랑 농담삼아 회사의 노예라고 스스로 얘기하기도 하고,
비슷한 처지의 동기들과 만나서 각자의 (비슷한) 삶에 대해 무심코 한탄했던 것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내 회사생활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나는 왜 일하고 있는가?
왜 이런(?) 대접을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가?
왜 불평하면서도 주말에 출근을 했는가?
바쁜 월말과 월초는 왜 당연히 늦게 가는 날인가?

회사가 나한테 해주는 만큼만 일하면 어떤가?
생각해보면 같은 회사 안에서도 비슷한(혹은 나보다 높은) 연봉에 여유있는 일과를 보내고 일찍 퇴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나는 일에 얽매여야 하는가?


사실 최근의 나는 홀로 칼퇴하기 운동(?)을 하는 중이라
위의 질문은 지금의 내가 아닌 과거의 나에게 적절한 내용이긴 하다.
다만 확실한 건 내가 회사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마음 먹고 일찍 퇴근한지 일주일이 좀 넘었으나
반드시 그날 처리하지 않으면 하늘이 두쪽 날 일은 없었다는 거다.
그리고 사실 엥간해선 드물거다. 그런 일은.
나 뿐 아니라 그 어느 누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 아주 예외적인 상황도 물론 발생하긴 하지만.

엥간해선 칼퇴하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많이 지쳤기 때문이었다.
마음에 여유가 없고, 짜증도 많이 늘고, 무기력하고.
집에선 종이에 인쇄된 한 글자라도 더 읽기 싫어서 치우다보니 일년에 책 10권도 못읽고
이런 내 자신이 싫긴 한데 바꾸려해도 너무 힘들고.
ㅡ했던 게 단순히 나 자신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이 회사가, 사회가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게 되면서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다.
이 책은 내가 느낀 게 틀린게 아니었음을 알려줬다.
한편으론 다행이고, 한편으론 씁쓸하다.


주관적인 만족도와는 별개로,
객관적으로 나의 근무조건은 대한민국 직장인 중에선 상위권에 속하는 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급여, 근무조건, 복리후생제도 등 전반적인 조건을 놓고 봤을 때.
즉 더 열악한 조건에서 더 노예처럼 일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그런만큼 한국사회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현대의 직장인들이 한번쯤 읽어보고 자신의 삶, 직장생활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내가 정말 여기서 이렇게 일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아래 두 가지다.
- 경영자의 마인드를 요구할 거면 경영자의 월급을 달라
- 근로자의 휴가 등 복지를 다 챙기다가 망한다고 우려한다면, 그런 회사라면 망하는 게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