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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주관/내가읽은책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말했다 - 한스 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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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매우 흥미로운, 한편으로는 엄청 건방진(?) 소설.
리디에서 1년대여로 팔(?)길래 대여해서 봤는데,
앞으로 [열린책들] 출판사 소설은 믿고 봐야겠다 싶을만큼
최근에 읽은 [열린책들]의 책이 거의 다 맘에 드네.

요새 유독 주인공 혹은 등장인물이 심리학자인 책을 읽게 된다.
[산산이 부서진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그리고 이거.
별로 유쾌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만큼 해외에선 어느정도 보편화된 직업인거라고 생각하련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니까, 좀 안타깝긴 하다.
하긴 나름 전공이랍시고 친숙한 편인 나부터가 막상 상담을 들어가게 되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니 일반적이진 않겠지.

여하튼 주인공인 야콥 야코비 박사 역시(?) 심리상담가이며,
그의 아버지도 매우 저명한 심리학자였다고 한다.
그런 그가 자칭 신...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이야기다.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이야기였다.
내가 아는 신은 전지전능하며 절대적인 힘을 가진 만물의 주인이다.
자신의 피조물이 죄짓는 모습을 보고 전부 쓸어버린 적도 있으며,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무지개를 남겼고,
자신의 아들을 세상에 보내어 구원받게 한....
ㅡ그런 신과 전혀 매치가 안되는 이 모습.
주변 가족이나 지인들이 그를 미친놈 취급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 신이 한편으론 매력적이다.
일단 친근하기도 하고, 사람의 머리로 이해하기도 쉽고,
그야말로 친구같은 신이다.
그래서 매력적이고, 호감이 간다.
한번쯤 만나보고 싶을 만큼.


인상깊었던 건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자신이 신이라는 것은 안믿으면서 오래전 수도원의 역사라고 써있는 글은 믿냐는 물음.
어떤 건 너무도 쉽게 믿어버리면서, 또 어떤 건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이중성을 딱 꼬집힌 느낌이라서.
나부터도 그렇다.
때로는 남편, 가족의 말에 대해 일단 부정을 표시하면서,
지인이나 잘 모르는 사람의 말에는 쉽게 수긍하곤 한다.
사기꾼들도 아마 이런 점을 노리는 거겠지.
정곡을 찔려서 뜨끔했다.

다른 하나는, 인간의 타락으로 신이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는 말.
정확히는 힘이 점점 빠진다고 했다.
그래서 전처럼 강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어쩌면 이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더이상 신의 영향 아래에 있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인간과
그러한 인간을 바라보며 왜 이들을 만들었을까 후회하는 신.
하지만 믿음의 약화로 힘이 점점 빠져서, 컨트롤이 점점 힘들어지고,
세상은 더욱 더 악해져가고....의 반복.
게다가 인간이 신을 흉내내고 사칭하면서 점점 더 심해지겠지.
나도 신과 멀어져가는(?) 사람 중 한명으로써 뜨끔한 게 사실이다.
막연히 생각해오던 신의 괴로움에 대해 확인사살당한 기분.
부끄러움에 썩 유쾌하지는 않더라고.


나에게 익숙한 기독교적 세계관과는 차이가 좀 많이 나고,
이 소설 속 이야기를 진지하게 믿을 생각도 없다만,
발상부터가 상당히 흥미로웠고 여러가지 상상을 해보게 된다.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만나고싶고 의지하고 싶은 신.
나에게 이런 신이 나타난다면, 난 어떻게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