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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주관/내가읽은책

편의점 인간 - 무라타 사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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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꽤 핫했던 책인데, 대출 예약 걸어논 게 인제 대출돼서;;;
이제서야 읽어보게 됨.

한글판에 있는 저자의 서문부터 왠지 찡하다.
아니 찡하다기보단....뭐라해야하지...
암튼 넘 따뜻한 느낌이었다.
자신이 함께 편의점에서 일한 적 있는 한국인을 생각하며,
그녀가 쓰던 그 글자로 이 책이 번역되다니 기쁘다고-
내가 만일 그사람이었다면 당시의 짧은 인연이었음에도 자신을 기억해줬다는 자체로 감동이었을 것 같다.
저자가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지는 서문이었다.


이 책은 분량도 적은 편(종이책 기준 192쪽)이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가볍게 읽기 좋았다.
사실 내용 자체가 가볍지는 않았다.
식민지 시절의 영향인건지, 아니면 거리가 가까운 나라라 고대부터 교류가 잦았어서인지는 모르겠다만
일본이라는 나라의 사회 분위기나 문화가 우리와 참 흡사하구나 싶어 놀랄 때가 많은데, 이 책도 그렇다.
내가 최근에 읽은 일본 책들이 대부분 회사생활이랑 연결돼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내 회사생활과 비교하게 되거던.
이건 심지어 회사생활뿐 아니라 미혼의 비정규직 여성에 대한 사회의 시선까지 담고 있다.
그래서 담담하게 서술되어 있지만 가볍게 읽고 넘길 내용은 아닌 것 같다.

사실 주인공이 좀 이상하긴 하다.
화자의 표현대로라면 "이쪽세계"가 아닌 "저쪽세계"의 사람이다.
여튼 평범? 혹은 일반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아니다.
현명하게도 자신의 이상점을 어릴때 빠르게 눈치채고 다른 사람들 흉내를 내며 자연스럽게 지내왔을 뿐.
이 책에선 '비정상'의 범주에 드는, 30 후반 미혼의 알바생에 대한 일본 사회의 시각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그렇지만 주인공이 여자라 그런지 여자가 받는 시선이 좀 더 강하게 그려져 있긴 하다.
아니, 생각해보면 실제 사회에서도 여자에게 좀 더 엄격한 것 같으니 틀린 것 같진 않네.
사실 일본은 이렇게 대놓고 오지랖부리진 않는 나라라고 생각해서 좀 의외이긴 했다만,
우리나라는 정말 오지랖이 끊이질 않기 때문에 피곤하다.
아는 사람이면 더하고, 모르는 사람에게조차 오지랖이 끊이지 않는다.
어디사냐, 직장은 어디냐, 애인은 있느냐, 결혼은 했냐, 안했으면 왜 안하냐, 했으면 애는 있냐, 언제 가질거냐, 왜 안가지냐....
애가 있으면 둘째 타령이라고 하니 ㅋㅋㅋ
주인공이 친구들과 가족에게 시달리는 모습이 참 친근(?)했다.

편의점 인간이란 요즘 유행(?)하고 있는 개념 중 하나인 사축이랑 비슷한 느낌이다.
사축이란 것도 일본에서 온 개념이긴 하지만;
편의점이라는 직장과 자신을 일체화한다는 게 좀 무서웠다.
다른 한편으로는 나역시도 나의 존재감이 없어지는 건 아닌가,
회사 직원으로서의 나만 존재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일본의 편의점이란 한편으로는 점점 삭막해져가는 사회를 압축해놓은 축소판인 것 같기도 하다.
한국의 몇년 뒤를 보는 느낌도 들고 그렇다.
약간 좀 기분이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