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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주관/내가읽은책

시민의 교양 - 채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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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일명 지대넓얕의 저자 채사장의 신간.
팟캐스트에서 핫한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됐다는 얘길 듣고
작년에 나도 지대넓얕 1권을 빌려봤다가 다 못읽고 반납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다만 나에겐 좀 고리타분했다.
하도 여러 분야를 말 그대로 "넓고 얕게" 다루느라 그랬던것 같다.
전부 내 관심분야는 아니니까.

이건 작년말 출간한건데 아직도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있기도 했고,
지대넓얕은 2권인가 3권이던데 이건 1권짜리고 ㅋㅋ 해서
도서관에서 빌려봤다.

지대넓얕 시리즈는 역사 경제 철학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는데,
시민의 교양은 그 범주를 상당히 좁혔다.
이 책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는 [시장의 자유 vs. 정부의 개입]이다.
이 주제에 대해 세금, 국가, 자유, 직업, 교육, 정의 그리고 미래라는 소주제를 살폈다.
세금 측면에서 시장의 자유는 무엇을 말하고, 정부의 개입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식이다.
그리고 간간히 현재 한국사회의 위치는 어떠한지 언급하고,
마지막 미래 챕터에서 독자가 한국의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고민하길 바라며 마쳤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고 투표해야한다는 말과 함께.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두 가지입니다. 나를 바꾸는 것과 세상을 바꾸는 것."


전반적으로는 제목과 같이 "교양" 수준이라 지식적 깊이가 그리 깊진 않다.
다만 평소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넘겼던 주제라든지,
그냥 얼핏 듣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동의하는 정도로만 흘린 것들에 대해
한번씩 되돌아볼 수 있었다.

현재 우리사회가 처해있는 여러 사회적 현상들-
저금리, 고환율, 출산율 저하와 급격한 노령화, 실업률 악화,
그리고 그것들을 아우르는 양극화까지.
결국 이러한 현상들이 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것들이다 보니
한두가지만 단편적으로 봐서는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런 점에서, 챕터 제목만 봤을 땐 왜 같이 묶이는지 의아했던게
쭉 훑다보니 어느정도 이해가 간다.

저자가 답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진 않았지만,
사실 어느정도는 답을 정해놓고 마친 셈이다 ㅋㅋ
저자의 전작인 지대넓얕에서도 그러긴 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오히려 더 보수화돼서 부자의 이익정당을 응원한다고,
응원하는건 좋은데 제대로 알고 하라고 말이지.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이건 거의 뭐,
덮어놓고 특정 정당 응원하는 맹목적 지지자들 깐 거쟈나 ㅋ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이책을 안보겠지.
주어진 현실에 대해서도 이해하려 들지 않겠지.


나에게 가장 감명 깊었던 건 [교육] 챕터였다.
우리나라와 같이 객관적 진리에 대한 교육방식을 채택하는 나라는
제도를 통해 진리가 "있다"는 것을 학습시키는 거라는 말.
아. 그래서 이 사회에서는 모범답안을 작성하지 못한 사람은 실패자로 낙인 찍어버리는구나.
모범답안을 작성하기 위해 노오오오력을 더 했어야 한다고 개인을 비난하는구나.
(사회 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실패로 국한지어버린다는 건 [미래] 챕터에서도 인구 증감에 따른 사회적 인프라의 변동 등으로 설명하고 있긴 하다.)
여튼, 내가 충격을 받았던 건, 정답을 가지고 있는 이 사회에 익숙해져서
나조차도 모든 생활에 있어 정답이 있다고만 생각해왔다는 거다.
그리고 과연 나는, 정답에 가까운 삶인가?

초등학교 때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란 얘길 들었다.
나는 반에서 성적이 좋은 편이었고, 중고등학교 때에도 그랬다.
대학교도 한국에서는 손에 꼽히는 편인 학교에 들어갔고,
졸업해서는 대기업에 입사를 해서 다니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조건을 가진 내가 한국 상위 7.7% 라고 한다.
이러한 나는, 성공한 사람인가? 나는 훌륭한 사람인가?
이 질문에 나는 대답할 수 없다.
내가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릴적 내가 생각했던 훌륭한 사람은 이게 아니었다.
지금의 나는 그냥 노예처럼 자본가를 위해 일하고 있는 노동자일 뿐이다.
구조적으로, 현상태에서 내가 자본가가 되기는 어렵다.
결국 엄청난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한,
나는 노동자로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사회는 노동자를 성공한 사람의 정의 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사회에서 얘기하는 정답에 근접하게 살아왔음에도,
나는 이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 안에 들 수 없는 것이다.
ㅡ이걸 깨닫고 나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결국은 내 얘기였다는 거.


내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이 책 한권으로 사회가 변화되는 건 무리다.
저자도 말하지 않았는가. 의식의 개선만으로는 안된다고.
제도로 강제화하는 게 병행되어야 변화가 빠르게 일어난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고, 읽고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이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진 못하지만
(저자가 미래학자나 예언가, 정치가가 아니니 그정도는 감안하자)
어느정도 한국 사회의 현주소와 이상적 사회에 대해 보여줬으니.
개개인의 작은 힘을 모아 사회를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었으면 한다.

여러번 곱씹어 읽을만큼 어렵거나 복잡하진 않다.
한번 가볍게 읽고 무겁게 현실을 돌아볼 만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