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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주관/내가읽은책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키타가와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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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겁나 자극적임 ㅋㅋㅋㅋㅋ
책 제목을 보고 겁나 끌렸는데, 책 소개를 읽고 좀 무거울까봐 걱정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래도 회사를 다니는게 중요해" 라든가
"역시 회사 떠나니 의미없다. 열심히 일하자" 류의 책일까봐
선뜻 읽기가 망설여졌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그런 내용은 전혀 아니었다.

인쇄업 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취직한 주인공이 매일 쳇바퀴 돌며 일주일을 보내며 지내다가
의문의(?) 친구를 만나 삶의 의미를 어느 정도 찾고 깨달음을 얻어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하는 내용.
뒷부분에서 시점이 좀 오락가락해서 약간 헷갈리긴 했지만
여튼 주인공이 진정한 자아실현을 고민하는 걸로 해피엔딩.


작가가 일본인이라 그런가, 직장인의 일주일 생활이 엄청 비슷하다.
월~금 고통받다가 토요일 하루 반짝 즐거웠다가 일요일 다시 시무룩, 그리고 또 반복.
심지어 개콘증후군(?)마저도 비슷해.
이런 구체적이고 리얼한 현실 묘사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겠지.

나는 아직(..) 입사 후 퇴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정년퇴직, 임원면직 등이 아닌 일반 평사원이 겪을 회사생활의 끝이 어떤지는 잘 모른다.
사실 답은 없다. 아니 없다기보단 정해져 있다.
흔히들 말하는 ㅈ같은ㅋㅋ 현실에 순응하며 살던가,
그러지 못하겠다면 그만두고 다른 길을 찾아보던가.
베스트는 걍 놀고 먹는 삶이지만 그건 현실성이 떨어지고,
복권 당첨 등으로 생계가 보장된 게 아니라면 방법은 그뿐이다.
이 중 '그만두는' 선택지를 고르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봤다.
주인공이 겪은 상황, 감정 등이 엄청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마치 내가 낼부터 회사에 안나가도 되는 양 ㅋㅋ 간접체험을 했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도 그래서 대리만족 했겠지.
새삼스럽게, 내 회사생활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더라.


무의미하게 쳇바퀴돌듯 움직이는 삶은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내가 뭐든 한번에 딱 상사가 원하는 값을 내밀 수 있는 천재가 아닌 이상
상사의 재촉과 짜증을 받다 보면 자존감을 갉아먹게 되는 건 필연인 것 같다.
회사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점점 회사가 삶의 전부가 되어가면서
회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면 죽음에까지 이르게 된다.

최근 1~2년 사이, 회사 일로 스트레스가 늘어 괜히 남편에게 짜증이 늘고 가정의 평화에 위협이 되고 ㅡㅡ 뭐 그런 상황의 연속이었다.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건 나와 남편, 우리 부부의 행복인건데
회사일 스트레스에 함몰돼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잊고 지냈던거지.
최근 또 스트레스가 늘어가던 차에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환기가 된다.
내 인생에서 잃지 말아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열심히 일하는 건 좋지만,
나를 잃으면서까지 할만큼 가치있는 일은 아니니까.


현실적으로 당장 그만둘 수 없다 해도,
내가 뭘 위해 일하고 있으며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환기시켜 줬다.
나처럼, 주인공처럼 무기력한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