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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주관/내가읽은책

몸은 기억한다 - 베셀 반 데어 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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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신간 소개됐을 때부터 기다리다가 e북 나온거 보자마자 바로 산 책.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이라는 제목에서부터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에 대해 다루는 내용인 것 같아 흥미를 끌었다.

저자는 수십년에 걸친, 트라우마에 대한 자신의 연구 사례를 유형별로 다양하게 서술하였고,
그 다양한 유형의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사용한 치료방법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다.
최근까지 진행한 내용들이 기술되어 있어,
현대 신경과학의 발달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저자가 PTSD를 DSM에 포함시키고자 노력했던 사람이라는 데에 1차 충격(이라기보다는 놀라움? 존경?),
PTSD라는 것 자체가 DSM에 제대로 명명되어 있지 않았다는 게 2차 충격,
그럼에도 불구하고 DSM-4판에서조차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3차 충격이었다.
저자는 이를 여러 이해관계 집단이 낳은 비극이라고 보는 것 같다.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DSM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성명을 내기도 했을 정도라고 하니,
이정도면 DSM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 뭔가 조치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동 성폭행 피해 및 학대가 심각했다.
물론 미국 사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직접 적용하긴 무릴수도 있다만,
최근 언론에 나오는 각종 아동 사건 사고만 봐도 꼭 딴나라 얘기라고만 할 수는 없는 지경이다.
특히 부모의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안타깝게도 최근 언론에 심심치않게 나오는 걸 보면 더이상 우리 사회와도 무관하지 않은 내용들이다.
우리 정부도 이 점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아동들을 치료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텐데, 갈길이 요원해보인다.

성폭행 피해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계속 마음이 불편하고 이해가 안 갔던 부분이 근친 성폭행에 대한 피해자 치료에 대한 내용이었다.
부모라는 사람들이 자녀에게 그런다는게 말이 된다는건가 해서.
근데 그 말도 안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한다.
그것도 꽤나 빈번하게.
나로썬 상상도 안간다.
그런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건 지극히 당연한 걸테지.


PTSD 환자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는 이유없는 몸의 고통이다.
류머티스 같은 병이 이유없이 갑자기 출현해 몸을 괴롭히는거다.
이게 알고보면 트라우마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다친 뇌와 마음을 보호하려다보니 그 독(?)이 몸으로 가는 셈이다.
이건 꼭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직장인들이 많이 갖고 있는 질병 중 하나가 위 관련 질병이라는 것도 그렇고
나역시도 스트레스가 극심했던 때에 내가 자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했던 경험을 여러번 해봤으니 말이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머리가 자각하지 못해도 "몸"은 기억한다고 한거겠지.


저자가 다룬 치료법은 종류가 다양한데,
요가나 연극에 대한 건 좀 의외였다.
요가가 마음 수련 목적으로 쓰이는 건 알았지만 이를 치료목적으로 쓸 수도 있다는 것까지는 생각이 못미쳤으니.
그치만 내가 요가를 해봤던 경험을 생각해봐도,
심호흡을 하고 몸의 자극에 집중하면서 마음을 편안히 하면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약간 이름은 다르지만, 중간에 소개하고 있는 "새로운 구조 만들기"는
싸이코드라마 기법을 활용한 것 같았다.
사물과 사람에게 이름을 붙여 상황을 재현하고,
내가 그 상황을 재구성해서 원하는대로 과거와 미래를 변경하고
그것을 내 것으로 가져가서 그대로 흘려버리는...
학교 다닐 때 싸이코드라마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있었던 게 새삼 생각나서, 그때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던 게 아쉬웠다.
뭐 내가 그걸 공부하면서 얼마나 크게 달라졌겠느냐만은,
그래도 지금보단 좀 더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았을까?

싸이코드라마와는 별개로, 연극 자체도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아마 대본에 몰입해서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은 익숙치 않을 감정 "표출"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꺼내는 연습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내가 연기를 해 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이 부분은 사실 잘 이해가 가진 않았다만,
연기를 하면서 다들 극 완성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면서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건 납득이 간다.

안구 운동 민감소실(EMDR)이라든가 뉴로피드백은 이 책에서 처음 본 내용이었는데,
뉴로피드백은 어떻게 저게 가능하지..? 위험하겠는데?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제대로 활용한다면 엄청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다만 우리나라에 저 기법이 들어온다면 치료용이라기보다는 다른 용도로 쓰이게 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알파파를 유도시키는 뭐 그런....ㄱ-
그치만 ADHD 환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MDR은 챕터에 나와있는걸 내가 혼자 따라해보려고 해도 잘 이해가 안가서,
몇번 더 읽어보고 친구들한테 좀 물어봐야겠다 ㅋㅋㅋ
언제든 도움 받을 수 있는 석사 친구들이 있다는 건 축복이야 ㅋㅋㅋ


내용 자체가 임상심리학 공부를 거의 안했던 나에게는 조금 어려웠다.
그치만 오랜만에 fMRI에 찍힌 활성화된 뇌 사진을 보는 것도 즐거웠고,
현대의 신경정신의학 발달사를 볼 수 있었던 것도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저자 본인이 직접 진행한 연구에 대해서 자세히 기술돼 있어서
마치 내가 직접 실험하고 연구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다닐 때 실험은 얼마 안해봤지만, 그래도 왠지 다시 학생이 된 기분 ㅎㅎ
약 2주정도에 걸쳐 나눠 읽으면서, 잠시나마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뉴로피드백에 대한 내용이 구체화될(? 되겠지 아마?) 저자의 다음 저서도 매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