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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주관/내가읽은책

전쟁, 굶주린 일본 두려운 한국 -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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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북카페 이벤트인데 종이책이었다는 아이러니 ㅋㅋ

참고문헌 주석 제외하고 435페이지가 되는, 꽤 두께 있는 책인데
내용도 '어느정도'는 친숙한 내용이고, 저자의 문체도 그렇고
페이지가 꽤 술술 넘어가는 스타일이다.
내용이 어쨌건 일단 책 자체는 그렇다.

책 제목을 보고 내가 예상했던 이야기는 조선시대, 혹은 그 이전 삼국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간 한국과 일본의 전쟁사부터 현재까지였다.
삼국시대의 이야기를 전혀 안 다룬건 아닌데,
첫 이야기부터 고종의 이야기였고, 고종, 순종, 일제강점기의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큰 비중을 두어 다뤘다.
그래서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살짝 다른 방향이라 약간 아쉽긴 함.


내용은, 저자가 이 책을 준비하면서 상당히 많은 준비를 했구나 싶었다.
특히 고종~순종,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기간동안은
일본이 많은 기록을 불태우고 왜곡하고 있어
사료가 불충분한 부분이 많았을텐데,
그럼에도 많은 자료를 준비하여 근거를 뒷받침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자세히 몰랐던 부분에 대해 새로 알게된 부분이 많았다.

사실 한국의 근현대사는 사료의 왜곡도 많고,
여전히 식민사관에 찌든 학자들도 많고,
상당히 굴욕적인 과거이며, 잊고 싶은 기억이라 그런지-
학교에서도 제대로 다루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다.
내가 학교다닐 때 7차 교육과정 개편되면서(...나이 돋네ㅋㅋ)
처음 [한국근현대사]라는 과목이 신설되며 기존 [국사]에서 독립되었다.
하지만 선택과목이라 해당 과목을 채택한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었고,
그마저도 교과서마다, 출판사마다 편차가 너무 컸다.
어디는 너무 친북 성향이 강하다고 했고,
어디는 독재정권 찬양 논조가 강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니 제대로된 근현대사를 배우긴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 같다.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이슈가 있을 때 아니면 크게 관심은 없다보니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교다닐 때와 크게 달라지진 않았을 것이다.
혹은 더 나빠진 것 같다. 교과서도 국정화 이슈로 논란이 많으니.

하튼. 이러한 상황에서 구한말의 상황을 잘 모르는 건 나뿐은 아닐 것이다.
저자도 관동대학살 부분을 기술하면서 그렇게 말한다.
한국인들 중에도 잘 모르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지만 이건 분명한 사실이고,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적통을 이었다고 하는 대한민국 정부가 이에 대해 일본 정부에 항의성명을 단 한번도 내지 않은 것에 대해 그 적통이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저자의 말대로 중국에서는 자국민에 대한 과거의 사건들을 꾸준히 항의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위안부, 독도 외에는 꽤 조용하다.
그리고 그마저도 속시원히 해결된적 없고, 매번 일본에 질질 끌려다니면서 "강력히 촉구한다" 해놓고 잘했다고 자평하는 정도.
말뿐인 나라 누가 두려워 하겠는가.


읽다보면 저자도 약간 (분노로) 흥분해서 점점 표현이 격해지긴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객관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역사에 온전한 객관성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사건을 두고 봐도 열이면 열 모두가 생각이 다른 세상인걸.
게다가 저자의 논조가 좀 흥분돼있는건 맞지만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한 충분한 근거를 마련해놨다.
새로이, 자세히 알게된 사실에 나도 분노하게 되었으니,
원문을 직접 살펴봤던 사람으로서 얼마나 더 화가 났을까 싶어 안쓰럽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알고싶지 않은 사실이었다.
차라리 모르는 게 마음이 편한 사실들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사실이고, 알아야만 한다.
모르는 게 약이 아니라, 오히려 병이 되는 사실들이었다.
그런 사실들을 명확하게, 샅샅이 조사하여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국제 정세도, 국가 내부적으로도 시끄러운 요즈음,
어두운 과거사를 한번 더 새겨보는 불편한, 하지만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