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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주관/내가읽은책

한국인은 미쳤다! - 에리크 쉬르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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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전자 프랑스법인에서 10년 가량 일한 외국인 임원이 자신의 근무 경험에 대해 쓴 글.
작년에 출판되면서도 시끌시끌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읽어보니 확실히 그럴만 했다.

근데 나에게 좀 의외로 다가온건 엘지전자의 기업문화였다.
흔히 '인화경영'이라고 잘 알려져 있는데,
내가 엘지 계열사에서 일해본 적이 없긴 하지만
(호갱질만 자알 하고 있읍니다.....)
실적보담 사람을 중시해서 일 그지같이 해도 안짜른다고;;;
그 좋은 예시가 유명한 엘지 계열사의 발케팅이고 ㅡㅡ;
물론 뭐 저게 꼭 마케팅팀만의 문제는 아니긴 하다만;
여하튼 내 머릿속 이미지는 엘지는 사람을 다 끌고 간다는 거였는데
외국인 임원의 입장에선 그런(?) 엘지마저도 전형적인 한국식 성과주의의 기업으로 보였는가보다.


엘지는 아니지만 국내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중인 직원의 한사람으로, 읽는 내내 공감가는 내용이 굉장히 많았다.
간부수련회에 대한 이상한 술문화도 그렇고 ㅋㅋ
초반에 나온 폭언하는 상사,
응급실 실려간 직원에 대한 주변 직원들의 반응,
근무시간, WLB에 대한 내용이 특히 그렇다.

한편으론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었던 게,
만약 저자가 프랑스법인에서 한국식 경영의 장점과 프랑스식 스타일을 잘 융합시키는 데에 성공했다면
한국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었을텐데 하는 거.
물론 요즘 우리 회사에서도 WLB에 대해 말이 많긴 한데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바뀔리가 없잖아.
갑자기 휴가 억지로 쓴다고 리프레시 되는 거 아니니까,
진정으로 리프레시를 하면서 일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바꿔가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걸텐데.
그런 데에서 저자같은 사람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결국 떠나(?)버렸다는 게 참 아쉽다.
정확히는 떠났다기보단 쫓겨났다는 것에 더 가깝다만.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 군대를 간다면 이런 느낌이려나 했다.
군대를 안가봐서 모르지만 그냥 몸으로 느껴지잖아.
아 이런게 군대문화구나 하는거.
부서에 여선배들이 하나둘 떠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됐다.
까라면 까는 거라는 걸 모르거나, 못참(?)거나.
저자는 아마 이런 군대문화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비슷하게는 알고 있더라고.
상사가 시키는 것에 대해 의견을 갖지 않고 그냥 하는 직원들에 대해.

사실 가끔씩 회사에서 좀 황당할 때가 있다.
이런 군대식 문화에서는 자기 의견이라는 게 있기 어렵다.
근데 그 와중에 의견을 내라고 한다. 의견이 없다고 뭐라 한다.
상사의 의견에 동의하면 자기 주관이 없다고 한다.
반대하면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한다고 한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 ㅡㅡ;;;;


아무튼, 말이 좀 길어졌는데,
저자가 말한 내용의 대부분은 한국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거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임에 틀림없다.
이 책으로 인해 새삼 환기하면서 긍정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나가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저자에게 고마워하게 될 것 같다.
다만 한편으로는 우리 내부적인 자기반성 및 성찰로는 이런 결론을 못 끌어내는 건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내부적으로 백날 말해봐야 들은 척도 않다가 밖에서 얘기가 들리면 그제사 한번 듣는 시늉 해보는 모양새가 우습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한국 기업에 그냥 순응해가며 다녀야하는 흙수저 내 처지도 안타깝고.
뭐, 그렇다.

매번 느끼지만,
내 윗상사가 좀 읽어봤으면 싶은 책을 오늘도 나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