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 소개를 할 때 공대생이라고 하면 일단 표정부터 달라져요.
아 저 공돌이.....라고 생각하는게 눈에 보이죠. "
그러한 시선이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여전히 부담스럽다며, 그는 살짝 웃었다.
" 사실, 공대생은 1학년 때가 제일 힘들어요. 적응이 안되거든요. "
처음 입학 원서를 접수하던 날,
캠퍼스를 돌아보며 앞으로 펼쳐질 대학 생활의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대학 생활에 대한 환상은 입학 직후 무참히 깨져버렸다.
" 공대라고 말하니까, 여기가 아니라 저 길 건너 이상한 데로 가라고 하더라구요?
알려주는 데로 갔더니......... "
3월 특유의 파릇함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왠지 분위기마저도 칙칙해 보였던 이공계 캠퍼스.
게다가 처음 들어간 수업에서 1학년 새내기 100여명 중 여학생은 단 7명.
그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었던 건 이미 짜여져 있는 빽빽한 시간표와 잊을만 하면
다가오는, 끝없는시험이었다.
공부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학교측의 배려(?) 덕분에,
1차시험 - 중간고사 - 2차시험 - 3차시험 - 기말고사 라는 일정을 수행해야만 했다.
" 축제요? 그냥 딱 두 부류에요.
완전 남 일처럼 구경하거나, 학점 다 포기하고 작정하고 놀거나.
보통 후자인 애들은 군대 갔다 와서 마음 잡고 공부하곤 하죠.
학점 복구하느라 바쁘거든요. "
그래도 이제는 멋모르고 학교의 일정을 따라다녔던 1학년때와는 다르다며,
현재 자신이 배우는 공부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렵기는 해도 즐겁게 배우고 있다고.
" 대학원은 아무나 가나요?
어느 과나 다 마찬가지긴 하지만,
대학원 갈 생각 있는 애들은 1학년때부터 착실히 공부해요.
저같이 1학년 땐 마냥 놀았던 애들은....취업해야죠 뭐. "
대학원으로의 진학을 오랜 시간 고민했던 흔적이 엿보였지만,
그는 취업의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취업난이 심각한 인문계열과는 요구하는 학점도, 토익 점수도 다르다.
때로는 여러 기업이 서로 데려가려고 경쟁하기도 한단다.
" 사실 이공계에선 영어만 좀 되면 취직은 그렇게 어렵진 같아요.
근데 문제는 다들 영어를 못한다는거?! "
맨날 기호하고만 씨름하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언어에는 무척 약하다면서,
이래서 공돌이들 무식하다는 이야기를 듣나보다며 웃는다.
취업 걱정이 없어보이는 그에게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자,
사람들이 이공계를 기피해준 덕(?)분이라고 말한다.
통신 분야에 관심이 있어 관련 분야로의 취직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핸드폰을 볼 때도 남들과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휴대폰은 컴퓨터와는 달리 초기화해도 대부분의 포맷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초기의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그는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구축해 나가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 너무 공대스럽다구요? 그치만 생각해 보세요.
다들 무슨 일 생기면 먼저 자기 전공 지식에 비추어서 생각해 보지 않나요?
성형외과 의사들은 사람 처음 볼때 견적부터 보게 되지 않을까요? "
자기가 가진 지식을 바탕으로 생각하는건 누구에게나 당연한 건데도,
공대생한테만 잣대가 너무 무겁다며 투덜거리는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공대생으로서 특별히 갖고 있는 불만이 있느냐고 물으니,
즉각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공대 특성상 여학생이 적기 때문에, 새학기가 된다 해도 분위기가 우중충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그런데 몇몇 학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학교에서 공대는 다른 단과대학 건물에 비해 낡고 오래되거나 후줄그레한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한층 더 우울해진다.
이것은 그만의 넋두리 혹은 하소연이 아니다.
실제로 타 학교 공대생들 역시 공대는 유난히 낡고 허름한 건물을 쓴다며 불평한다.
" 정부 차원에서 학생들한테 장학금 주면서 지원을 해준다고는 해도,
여전히 '사농공상' 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는 모양이에요.
인문계열 학과에 비해서 학교의 지원이 덜 가니까요.
근데 참 이상하죠, '사농공상'이라면서 왜 경영학과는 그렇게 인기가 좋을까요?
공대는 여전히 이모양인데...... "
학비 부담이나 병역에 관한 고민 없이 학업에 매진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지만,
강의실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것이 현실이다.
" 학교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겠어요.
실험비 때문에 등록금은 훨씬 비싼데도, 인문계열 학생들에 비해 돌아오는 혜택이 적다고 느껴질 때는 참 서글프거든요. "
대화를 마칠 무렵, 그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했다.
" 메카트로닉스라고 하면 뭘 배울 것 같나요? 뭔가 그럴듯 해보이죠? "
어느 학교 공대에서 기계과 이름을 메카트로닉스라고 바꾸었더니 그 해 입시 점수가 예년에 비해 10점이 올랐다고 한다.
어차피 배우는 것은 똑같은데 과 이름에 따라 차이가 참 크더라는 이야기다.
" 건축과, 토목과, 이러면 모르는 사람들은 왠지 공사판에서 일할 것 같은 이미지를 풍긴다고 그러더라구요.
근데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이러면 좀 있어 보인대요.
사실 같은 과인데 말이죠. "
커리큘럼이 아닌 학과 이름에 따라 입시 결과가 바뀌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재미있기는 한데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늘 찌들어있다는 비아냥을 감수하면서,
꿈꿔왔던 캠퍼스의 낭만을 뒤로 한 채,
그저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는 즐거움 하나로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는 그들.
그는 공돌이라는 색안경 낀 시선이 아닌,
그저 어떤 공부를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말한다.
" 공돌이라 놀리지 말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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